[백브리핑]1층 입주민의 ‘엘리베이터 교체비’ 소송

2020-01-12 80



이번에도 아파트 얘기인데요, 주민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Q1. 사공성근 기자,아파트 1층 주민이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을 낼 수 없다고 소송을 걸었다고요?

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 이야기인데요.

1층 거주민 A씨는 지난해 5월, 평소보다 인상된 관리비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26년 된 노후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기 위해 관리비가 매달 3만 원씩 인상된 건데요,

그러자 A 씨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엘리베이터를 쓸 일이 없는데 다른 세대와 똑같이 부담할 수 없다" 며 소송을 냈습니다.

Q2. A씨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주민들이 다 A씨 생각과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입주민대표회의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균등하게 모든 세대가 같은 돈을 내야 한다는 의견과 1·2층은 제외하거나 부과율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7층 주민]
"공동주택이잖아.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러면 집 값이 어떻게 돼요. 안 낼 수는 없지."

[1층 주민]
"부당한 건 맞죠. 지하주차장하고 연결도 안 되어 있고. 버튼 한번 눌러볼 일이 사실은 없어요. 올라갈 일이 없으니까."

Q3. 법원은 1·2층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군요?

네 다른 1·2층 주민들도 소송 취지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는데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입주자 대표회의가 여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설문 결과만을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한 것은 위법이다"고 판단했습니다.

Q4. 근데 1층이라고 해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2층도 보통 이용하지 않나요?

저희가 직접 이 아파트를 찾아가 봤는데요,

지하주차장이 없고, 높은 층에 헬스장 같은 공동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1층 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엘리베이터 2층 버튼은 아예 눌리지도 않았습니다.

2층 주민들도 매번 걸어서 다녔으니 수리 비용이나 교체 비용을 다른 층과 똑같이 내는 걸 반대한 거죠.

Q5.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단했잖요. 그러면 교체비용은 안 내도 된다는 건가요?

법원이 내지 말라고 판결한 것은 아닙니다.

균등하게 내는 게 위법이라는 거니까 결국, 층수에 따라서, 또는 이용 빈도에 따라서 차이를 두라는 겁니다.

지난 2011년 경기도 양평군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있었는데요.

당시 법원은 "저층에 살아도 엘리베이터 교체로 직간접적 이익을 받는다"며 1층은 다른 층 주민들의 40%, 2층은 60%의 분담금을 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목동 아파트도 지난주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법원의 판단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균등부과가 아닌 1층은 40%, 2층은 60%로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을 차등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Q6. 사실 저는 아파트 놀이터를 거의 안 가는데, 관리비에는 공원이나 놀이터 관리비도 포함이란 말이에요. 차 없는 사람은 또 주차비를 빼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이런 문제가 반복될텐데, 법적 기준을 정하면 안 되나요?

네 사실 이런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25년 전 기사를 하나 찾았는데요.

"승강기 관리비, 1층은 왜 내냐"는 제보가 들어온 건데, 주민 투표로도 해결하기 어려우니 법적인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겁니다.

실제로 관리비를 둘러싼 문제는 입주자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놓기보단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정해 놓은 건데요.

그 이유를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1층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1층은 1층 반이나 2층에 존재해서 엘리베이터 사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세세한 것에 대해 국가가 다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아파트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민자치기구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겁니다.

주민 자치가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닐 테지만, 오히려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상식적인 선을 정하면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갈 수도 있겟죠.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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